2022년말 기준으로 중국 상표국에 등록되어 있는 상표의 누계 총 수량은 약 4,267만건에 달한다. 따라서 현재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의미나 발음이 괜찮은 영문 또는 중문 상표등록출원을 할 경우에는 이미 등록되었거나 선출원된 상표(이하 ‘인용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상표대리업체들이 제기하는 해결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심판절차에서 인용상표의 등록인과 체결한 상표공존합의서를 상표평심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과연 상표공존합의서만 있으면 인용상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동일·유사한 상표(이하 “후출원상표”라 한다)도 등록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상표법 제30조에 의하면, 출원한 상표가 타인이 동일·유사한 상품에 있어서 이미 등록하였거나 출원공고결정을 받은 상표와 동일·유사한 경우, 상표국은 출원을 거절하고 공고하지 않게 된다. 또한 중국 상표법에는 상표공존합의에 대한 아무런 규정도 없다. 따라서 후출원상표가 인용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할 경우에는 상표공존합의서의 유무와 관계없이 해당 출원은 마땅히 거절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실무상에서도 중국 법원은 상표공존합의서의 효력을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사이 중국 법원은 점차 제한된 범위 내에서 상표공존합의서의 효력을 승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으며, 상표공존합의서에 기초하여 후출원상표의 등록허용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주요하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고 있다.
① 상표공존합의서의 형식 및 내용
- 당사자 쌍방이 모두 합의서의 구속을 받는 데 동의하였는지 여부
- 당사자 쌍방이 모두 합의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였는지 여부
- 인용상표와 후출원상표의 혼동을 방지하는 조치에 대한 약정을 하였는지 여부
② 관련 공중의 혼동 가능성
- 인용상표와 후출원상표의 지정상품이 유사하면 유사할수록 혼동 가능성이 높음
- 인용상표와 후출원상표가 유사하면 유사할수록 혼동 가능성이 높음
- 혼동 가능성이 높을수록 상표공존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짐
③ 공중이익 및 시장질서에 대한 손해
- 인용상표와 후출원상표의 공존을 허용하였을 경우, 공중이익 및 시장질서에 대한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면 상표공존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 국민건강 및 공중안전과 관련된 상표공존합의서는 그 효력 인정에 있어서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여 최대한 관련 공중의 혼동 및 오인을 방지하여야 함
즉 실무상에서 상표공존합의서만 있으면 인용상표와 동일·유사한 후출원상표의 등록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전제하에서 등록 가능성이 대폭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출처: <중국 상표분쟁 법률실무> 한영호 변호사 편저